- 내신 절대평가로 일반고 유리함 사라져
- 자사고, 교과·학종·수능 등 수시·정시 모든 전형에서 상위권대 휩쓸 것
-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양립으로 공교육 와해 위기  
- 학생과 학부모들이 문제의 심각성 몰라

사진 제공=연합뉴스
사진 제공=연합뉴스

고교학점제가 현 중1 학생들이 고1이 되는 2025년에 완전 시행된다.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자사고 출신이 상위권 대학 합격생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고1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선택과목 내신이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산출되기 때문에, 자사고 전성시대가 올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한 불똥은 일반고로 튈 수밖에 없다. 현재는 진로선택 과목을 제외한 주요 과목 내신이 상대평가로 결정돼, 내신에서 일반고가 자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선택과목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일반고 경쟁력이 급전직하 추락하게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를 공식화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사고 폐지가 백지화됐다. 일반고, 더 나아가 공교육이 뿌리째 흔들릴 상황이다.  

■ 현행 고교 내신성적 산출 방식과 고교학점제 도입 시 변화 비교

*자료 출처=교육부
*노란색: 상대평가 과목, 살구색: 절대평가 과목 


자사고, 교과·학종·수능 등 수시·정시 모든 전형에서 상위권대 휩쓸 것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서울 주요 대학이 지역균형전형이나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선발하는 수시 학생부교과는 사실상 자사고생들이 합격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교과전형은 내신성적으로 정량평가하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떨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학종에서는 평가 공정성을 확보한다며 출신고 등의 수험생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과목 시수 등 기록을 대충만 훑어봐도 지원자가 일반고생인지 혹은 자사고생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주요과목 시수가 대부분 일반고보다 많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의 자사고가 입시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국영수 과목 비중을 많게는 60%까지 두는 곳도 있다. 사실상 현재의 출신 고교 블라인드제는 유명무실한 제도인 셈이다. 

거기다 선택과목 내신성적까지 절대평가로 바뀌면 자사고 학생들은 학종에서도 날개를 단 격이 된다. 그동안은 일반고에 비해 불리했던 성취도 평가에서도 유리해지고, 일반고 대비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환경을 누리고 있어 생기부 기록 또한 일반고에 비해 좋을 수밖에 없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입시의 목적이므로, 상위권 대학일수록 내신과 생기부 기록 모두가 우수한 자사고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대폭 확대될 것이다.

정시 수능전형은 가정 경제력이 수능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특성 상, 이미 경제력이 높은 가정의 N수생들의 리그가 돼 있다. 2022학년도 기준 서울대 정시 합격생 10명 중 6명이 'N수생'이며, 84.5%가 서울 및 시 출신이었다. 

자사고 1인당 평균 교육비는 2021년 발표 기준 1,747만원이다. 서민 가정 학생들은 성적이 좋아도 자사고 진학이 불가능하다. 자사고가 ‘귀족학교’, '있는 자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이유다.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양립으로 공교육 와해 위기  
2021년 2월 문 정부 시절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8월에는 윤 정부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학입학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에 맞춘 대입을 치러야 하는 만큼, 2028학년도 대입 제도는 수능과 정시·수시 전형 등 현재의 대입 체제와는 다른 틀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입정책자문회의 자문, 학생·학부모 대상 의견수렴, 정책연구 등을 거쳐 2023년 상반기까지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마련한 후, 2024년 2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사고를 폐지하고 현행 입시제도에서 큰틀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앞으로 의·치·약·한·수, 서·연·고, 서·성·한·중, KAIST 등 상위권 대학의 일반고 학생 진학률은 끝도 없이 추락할 것이 뻔하다. 

고교학점제 하에서 자사고를 존치하겠다는 것은 결국 일반고와 공교육을 죽이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자사고가 존립하는 한 대입 불평등 문제는 해결이 난망하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사다리는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양립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내 아이는 자사고에 갈 일이 없다며 자사고 존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자사고 존치는 일반고에 진학할 모든 학생들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준다.

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가 잠복해 있는데도 자사고 존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1% 기득권만을 위한 감세 조치로 '있는 자들을 위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학제다. 

출석일수를 채우고 일정 단위 시수의 수업만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고등학교 3년간 총 192학점을 취득하고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졸업할 수 있다. 

1학년 한 해는 공통교육과정 9등급 상대평가로 운영되며,  이때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해 보는 진로 집중 시간을 가진다. 2학년부터는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설계된 개별 시간표를 토대로 학점을 취득하며 A,B,C,D,E 5단계 성취평가를 한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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