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은 사치였던 예비고사 시대를 지나  
-교단에 선 이후에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성적 우선주의'  
-새롭게 등장한 학생부종합전형…교사 역할과 가치 발견하게 해줘  
-학생을 학생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해주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종이 튼튼하게 뿌리 내리려면  
-재수 권하는 왜곡된 사회…학생의 꿈 소중하게 생각해야 

*사진=김민 교장 (원주 상지여고)  

진로 고민은 사치였던 예비고사 시대를 지나  
예비고사 시대를 살면서, 초등학교 시절 남들이 말하는 좋은 중학교를 가겠다고 5학년, 6학년을 야간 자율학습을 했습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의미도 모른 채 말입니다. 그러나 예습과 복습의 의미가 곧 자기주도 학습임을 불혹의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은 나의 창의적 사고를 멈추게 하였음도 훗날 알게  됐습니다. 

중·고 시절도 10시,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면서 4지 선다 선지 중 오로지 하나의 답을 정답으로 찾는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대학 입시 때는 대학 두 곳을 선택해 예비고사를 본 후에, 커트라인을 통과하면 두 지역에 원서를 내고 한곳만 통과하면 한 지역의 대학만 원서를 내서, 또 다시 대학별 고사를 보고 성적에 따라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내 자신의 진로를 꿈꿔 볼 수도 없었고, 어느 학과를 진학을 해도 취업에 어려움이 없었기에 그냥 선택하거나 성적에 맞춰서 담임교사의 주도로 대학 진학을 했습니다. 당시에 먼 미래의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였습니다. 

학교 평가는 서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에 따라 좌우됐습니다.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는 소위 말하는 명문고로 이름을 높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위 명문고라고 불리는 학교는 본의가 아닌 타의로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들을 양산했습니다. 

교단에 선 이후에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성적 우선주의'  
교단에 서서 학생을 지도하면서도 과거의 교육을 답습하며 성적에 따라서 감히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을 선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사교육 기관의 모의고사를 한 달에 두 번씩이나 보고, 같은 지역의 학교들과 성적을 비교하며 이름과 성적을 써서 방으로 붙이며 학생들을 자극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만이 교육인 것처럼 생각해, 성적이 올라가면 훌륭한 교사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면서 창의력 교육, 학생들의 끼와 적성을 찾는 교육, 진로 교육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하며 학생을 지도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못했습니다. 소위 사교육기관에서 만들어낸 장판지를 놓고 학생의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서 변환점수를 대입해 대학을 정해 주던 시대의 교육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빼앗았습니다.  

어느 순간 학력고사 시대가 오고, 수학능력시험 시대로 대학 입시가 전환됐습니다. 대학 입시의 고삐를 대학측에 맡기자, 전국의 4년제 대학이 입시전형을 수시 1차, 수시 2차, 정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만의 전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0여 개의 4년제 대학이 3,500가지가 넘는 전형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진학을 담당하는 교단의 교사는 입시전문가가 되고자 대학 입학처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사설 교육기관의 입시설명회를 찾아 다니면서 자기가 속한 학교의 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학생부종합전형…교사 역할과 가치 발견하게 해줘  
그러던 어느날 입학사정관제전형이 불현듯 찾아옵니다. 서구의 대학 입시에서 벤치마킹을 해 만든 전형입니다. 이 전형은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교육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청량제 같은 전형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모든 대입전형이 대학 주도에 의해 실시됐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그저 문제 푸는 능력만을 길러줘야 했습니다. 진로 상담에서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면 학생의 인생은 대학에서 갑작스런 터닝 포인트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사가 죄를 짓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안일하게 문제만 풀게 했던 고등학교의 교단에서 교사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입학사정관전형이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을 바꿔 수시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떤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입니다.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은 개선을 통해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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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학생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해주는 학생부종합전형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서 나는 학생부종합전형이야말로 고등학교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종은 교사가 학생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 전형입니다. 

학생들도 이제는 자신의 앞날에 대한 설계를 스스로 합니다. 그전에는 학생 성적이 어느 정도 되면 학교 교사가 학생의 재능과는 관계없이 SKY로 가라고 하고 학생도 따랐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무엇을 하며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불확실성 때문에 많이 흔들리지만, 바로 그런 학생에게 교사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일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일부, 특기전형으로 일부, 그리고 수능으로 일부를 뽑는다면 가장 이상적인 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 내신 성적이 우수하면 그걸로 대학을 진학하고, 수능에 강하면 수능으로 진학하고, 수능도 내신도 조금 부족하지만 교과보다는 자신의 잠재력과 창의력, 그리고 자신의 끼에 따른 의지가 강하다면 그걸 평가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특이한 전형이 아닙니다. 그냥 학교생활을 보는 전형입니다. 학생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학교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친구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가? 학교생활에서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지녔는가? 

어떤 계획을 세워 봤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했으며 실행방법에 다른 친구들과 차별화한 부분이 무엇이며, 실행 후에 학생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그 학생은 어떤 학과를 희망하고 있으며 그 학생의 학교생활은 그 학과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바로 이것을 평가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그냥 그 학생의 학교생활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아말로 학생을 학생답게 만들고, 교사를 교사답게 만드는 전형이라고 믿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다각적으로 관찰하지 않고서는 학종 서류 평가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알고 나면 그 학생에 맞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만들고 학생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의 모든 면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학종의 평가 대상인 학생부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대입전형이 학생을 이만큼 철저하게 분석하고, 교사와 학생이 교육의 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까? 

언제 우리가 이렇게 학생들의 끼를 바라봐주고 조언하며 길을 제시했던 적이 있습니까? 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고 함께 하면서 꿈을 이루도록 하는 전형이 학종입니다. 

학종이 튼튼하게 뿌리 내리려면  
학생이 마음껏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사가 힘을 모아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학생들이 자신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학교는 큼직한 하드웨어가 돼 줘야 합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교사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대학의 평가는 대학의 입학처와 입학사정관들이 하는 일입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평가해주면 됩니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의 생활은 모두가 진로 탐색입니다. 고등학교의 그 어떤 프로그램이 교육과정을 벗어날 수 있습니까? 비교과 활동이 교육의 본질로부터 벗어나서 진행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그 학생이 3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 ▲무엇을 고민했으며 ▲무엇을 실천했으며 ▲무엇을 얻고 깨닫고 변화됐으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느냐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대학은 대학의 인재를 선발하면 됩니다. 

재수 권하는 왜곡된 사회…학생의 꿈 소중하게 생각해야 
최근 재수생과  졸업생 수를 대비해 통계를 낸 기사를 보며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명문이라고 얘기하는 많은 고등학교에서 재수생을 양산해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사를 통계로 분석해 내는 의도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의 개념을 말할 때, 누구나 알고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대학이 모두에게 좋은 대학은 아니라고 합니다. 좋은 대학은 그곳이 어디든간에 학생의 재능을 인정하고 학생이 바라는 진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대학이라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열심히 가르쳐서 길러낸 학생이 비록 교과에서 조금은 미흡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 문을 열고 다가갈 줄 알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이라면, 학생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입학사정관님들께서 서류와 면접에서 제대로 평가해주시길 바랍니다. 

큰 꿈도 꿈이지만 소박한 꿈도 어느 누군가에는 생명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꿈이라는 것을 믿고, 학생의 꿈이 모두 소중함을 알고 접근한다면, 그 교사와 만나는 학생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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